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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

해리성 정체성 장애 증상별 대응법 진단 치료

by seollin-info 2025. 9. 28.

 

해리성 정체성 장애에서 인격전환의 증상을 나타낸 이미지이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는 동일한 사람이 여러 인격을 경험하는 복잡한 정신질환으로, 증상의 양상에 따라 진단과 치료 방식, 그리고 주변인의 대응법이 달라집니다. 본 글에서는 주요 증상별 특징을 살펴보고, 각각에 맞는 치료와 대응 전략을 정리하여 환자와 보호자가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기억 공백 증상과 대응법

 

해리성 정체성 장애에서 흔히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기억 공백입니다. 환자는 특정 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때로는 중요한 사건조차 빠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어디에 다녀왔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이는 다른 인격이 발현되어 활동했기 때문에 본래의 주체가 기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진단 단계에서는 반복적인 기억 공백의 빈도와 양상을 세밀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환자 본인의 진술뿐 아니라 가족·친구의 관찰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조현병이나 치매와 구별하기 위해 신경학적 검사와 정신과적 평가가 함께 이뤄집니다.

치료 측면에서는 심리치료를 통해 기억 단절의 원인이 된 외상을 탐색하고, 인격 간의 정보 공유를 증진시키는 접근이 활용됩니다. 환자에게는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어도 그것은 의도적인 게 아니다”라는 안심이 필요합니다. 주변인은 기억 공백을 비난하지 말고, 안전을 위해 일정이나 생활 패턴을 기록해 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격 전환 증상과 대응법

 

두 번째 대표 증상은 인격 전환입니다. 환자는 특정 상황에서 전혀 다른 말투, 행동, 심지어는 필체까지 보이며, 때로는 아동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인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촉발되며, 환자 본인은 전환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인격 전환 시 나타나는 언어·행동 패턴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임상 심리 검사가 병행되며, 녹음이나 영상 기록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양극성 장애나 강박적 성격과 혼동되지 않도록 세심한 감별 진단이 요구됩니다.

치료에서는 다양한 인격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인격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치료자는 특정 인격을 억압하기보다는 공존 가능성을 탐색하며, 환자가 자기 정체성을 보다 일관되게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주변인은 인격 전환이 나타났을 때 당황하거나 환자를 강제로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차분한 태도로 환자를 안전한 환경으로 유도하고,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인격이 나타나더라도 “너는 이상하다”는 말 대신 “지금 네가 힘들어하고 있구나”라는 공감적 반응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환자의 불안을 완화하고 치료 과정에서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비현실감·분리감 증상과 대응법

 

세 번째로 주목할 증상은 비현실감과 분리감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몸을 외부에서 지켜보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거나, 현실이 꿈처럼 느껴지는 상태를 자주 호소합니다. 이때 환자는 극심한 불안과 혼란을 겪으며, 일상생활의 집중력과 사회적 기능이 크게 저하됩니다.

진단 단계에서는 환자가 경험하는 비현실감의 빈도와 강도를 확인하고, 공황장애나 해리성 발작과 같은 다른 질환과 구별해야 합니다. 정신과 면담과 더불어 신경생리학적 검사도 병행하여 뇌 기능의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에서는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grounding 기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시간·장소를 인식하게 하거나, 감각을 활용한 호흡 훈련과 명상 기법을 통해 환자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약물치료는 불안 완화제나 항우울제가 보조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주변인은 환자가 “현실이 진짜 같지 않아”라고 말할 때, 그것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네가 느끼는 불안이 진짜라는 걸 알고 있어”라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혼란스러울 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지는 치료 효과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는 증상의 형태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기억 공백, 인격 전환, 비현실감·분리감 등 각 증상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한다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진단과 장기적인 심리치료가 필수적이며, 주변인의 공감적 태도와 지지는 환자의 회복을 앞당기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